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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2시간 내내 액션이 단 한 번도 끊기지 않는 영화가 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카터'가 바로 그렇습니다. 처음 재생 버튼을 누르고 나서 저도 그 밀도에 꽤 놀랐는데, 좋은 쪽으로 놀란 건지 당혹스러운 쪽으로 놀란 건지는 보는 내내 판단이 쉽지 않았습니다.

기억을 잃은 추격전, 그 시작
영화는 DMZ 바이러스라는 설정에서 출발합니다. 발병 10개월 후, 미국은 15만 명의 감염자를 기록했고 북한은 인구의 3분의 1이 감염되어 사실상 붕괴 직전에 놓인 상황입니다. 대한민국만이 정병호 박사의 치료제 덕분에 피해를 최소화한 상태였고, 그 박사가 북으로 이송되던 도중 납치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주인공 카터는 기억이 없는 채로 깨어납니다. 그의 머리 뒤에는 장치가 심어져 있고, 귀에 연결된 이어피스를 통해 북한 요원 한정희의 목소리만이 그를 이끕니다. 이 설정은 제가 처음 봤을 때 꽤 신선하다고 느꼈습니다. 기억상실이라는 소재 자체는 흔하지만, 귀 안의 목소리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는 마치 게임 속 NPC처럼 조종당하는 느낌이라 묘한 긴장감을 줬습니다.
카터의 두개골에 심어진 장치는 단순한 통신 기기가 아닙니다. CCTV 연동, 반경 50m 이내 열화상 감지(Thermal Imaging), 그리고 협력을 거부할 경우 즉시 폭발하는 살상용 폭탄까지 내장되어 있습니다. 열화상 감지란 물체의 열을 감지하여 시각화하는 기술로, 실제로 특수부대나 정찰 드론에 활용되는 방식입니다. 이런 설정 덕분에 카터가 단순히 강해서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탈출 불가능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이 극적 긴장감을 높여줬습니다.
액션 연출,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요소는 역시 롱테이크(Long Take) 방식의 액션 연출입니다. 롱테이크란 카메라를 끊지 않고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촬영하는 기법으로, 편집 없이 이어지는 장면이 관객에게 현장감을 극대화합니다. 문제는 이 기법을 CG와 결합하면서 화면이 굉장히 인위적으로 보인다는 점인데, 저도 솔직히 처음 몇 장면은 '이거 너무 게임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킹스맨의 교회 장면처럼 원 컷처럼 보이도록 연출한 방식과 비슷하다는 평이 많은데, 저는 그 비교가 꽤 적절하다고 봅니다. 킹스맨은 화려하지만 다소 과장된 앵글로 호불호가 갈렸고, 카터도 그 선상에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카터는 그 스타일을 2시간 내내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중간에 쉬어가는 장면이 사실상 없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인상 깊었던 건 음악이었습니다. 국악적 요소가 섞인 듯한 타악기 중심의 사운드트랙이 액션과 함께 흐르는데, 노린 건지 우연인지 몰라도 그 조합이 묘하게 잘 맞았습니다. 서양식 액션 블록버스터에 국악 리듬이 깔린 느낌이라 개인적으로는 꽤 듣기 좋았고, 한국 영화임을 은근히 상기시켜 주는 요소였습니다.
카터의 액션 장면에서 동원되는 이동 수단과 공간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오토바이: 시장 골목을 통한 고속 추격전에서 처음 등장하며, 카터의 초반 탈출을 이끕니다.
차량: 북한 쿠데타 세력과의 도로 추격전에서 딸 하나가 운전을 맡는 장면이 나옵니다.
비행기 화물칸: 공중에서 벌어지는 납치와 격투 장면으로, 밀실 액션의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중국행 기차: 클라이맥스에서 국경을 넘는 과정에 사용되며, 헬기와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이처럼 매 장면마다 공간이 바뀌는 구성은 분명 단조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이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감각이 무뎌지는 느낌도 받게 됩니다. 액션 피로도(Action Fatigue)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과도하게 집중된 액션 자극이 오히려 몰입을 방해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저는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그 피로도가 쌓이는 걸 느꼈고, 이 점은 액션을 좋아하는 저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개연성 문제, 아포칼립스 설정은 어디로 갔나
카터를 비판하는 시각 중 가장 많은 건 스토리 개연성(Narrative Coherence) 문제입니다. 개연성이란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가 논리적으로 연결되는 정도를 의미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 연결이 상당히 허술합니다.
배경 자체는 꽤 흥미롭습니다. DMZ 바이러스가 퍼진 아포칼립스 세계관, 치료제를 둘러싼 남북미 삼각 갈등, CIA와 북한 쿠데타 세력의 개입. 제가 처음 봤을 때 이 설정이 꽤 집중력을 높여줬던 건 사실입니다. 한반도에서 시작된 감염병이라는 소재가 왠지 더 가깝게 느껴졌고, 치료제를 둘러싼 국제 정치 다툼이라는 구도도 현실감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설정이 결국 액션의 배경 장치로만 소비된다는 점입니다. 인구의 3분의 1이 감염된 북한의 참상은 거의 묘사되지 않고, 미국이 치료제 독점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하려 한다는 구도도 깊게 파고들지 않습니다. 아포칼립스 세계관이 갖는 무게감이 스토리에서는 느껴지지 않고, 감염자들은 좀비처럼 등장해 액션의 장애물 역할을 하는 데 그칩니다.
이런 점에서 작위적 설정(Contrivance)이 많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이해가 됩니다. 작위적 설정이란 스토리 전개를 위해 억지로 만들어진 상황을 뜻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카터가 매번 총알을 피하거나, 적들이 그를 손쉽게 잡았다가 놓아주는 장면들이 반복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도 있다고 봅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설정이 몰입을 완전히 깬다고 하는데, 저는 이 영화가 처음부터 리얼리즘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고 보면 그나마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한국 영화진흥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의 제작 편수는 202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 중 액션 장르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카터는 그 흐름 속에서 해외 시장을 겨냥한 비주얼 중심 액션의 한 실험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카터의 정체와 마지막 반전
영화 후반부에 가서야 카터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그는 전직 CIA 요원이었고, 북한 감시 임무를 수행하다 북한 요원 한정희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딸 하나가 태어났고, 해외 도피를 계획했지만 북한 쿠데타 세력의 실세인 김정혁 중장에게 발각되어 모든 것이 틀어집니다.
카터가 스스로 기억을 지우는 DB7 시술을 선택한 것도 딸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DB7이란 이 영화 속 설정으로, 특정 뇌 기억을 선택적으로 삭제하는 가상의 수술 기법입니다. 기억을 잃은 채 임무를 수행해야 더 자연스럽게 적에게 접근할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정보가 유출될 위험이 없다는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이 반전이 밝혀지는 순간은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몰입했던 장면 중 하나였고, "아, 그래서 처음부터 저렇게 행동했구나"라는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엔딩은 열린 결말에 가깝습니다. 국경을 넘은 카터와 하나의 행방은 알 수 없게 처리되고, 기차 폭발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가 끝납니다. 이 연출이 2부를 염두에 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명확한 속편 제작 발표는 아직 없는 상태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2부를 기대하는 쪽입니다. 카터와 정희의 관계, 그리고 쿠데타 이후 북한의 상황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한 부분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습니다.
넷플릭스 공식 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출처: Netflix 카터) 이 영화는 2022년 공개 이후 글로벌 비영어권 영화 순위에 진입한 바 있습니다. 비주얼 액션 중심의 전략이 해외 관객에게 어느 정도 통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카터는 실제로 볼 만한 영화인가요?
A. 액션 자체의 밀도는 국내 영화 중 손에 꼽을 정도로 높습니다. 다만 스토리 개연성보다 비주얼 연출에 집중된 영화라, 탄탄한 서사를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습니다. 저는 액션 장르를 좋아하는 편이라 재밌게 봤지만, 그 부분은 보는 분마다 다르게 느낄 것 같습니다.
Q. 카터의 롱테이크 액션 연출이 실제로 원 컷인가요?
A. 완전한 원 컷은 아니고, CG로 편집 지점을 숨긴 방식입니다. 끊김 없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도록 후반 작업을 거친 것으로, 실제 촬영과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한 결과물입니다. 이 방식 때문에 화면이 다소 인위적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있고, 새로운 시도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Q. 카터 2편이 제작될 예정인가요?
A. 공식적으로 확정된 속편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엔딩이 열린 구조로 끝나는 만큼 제작 가능성을 열어둔 것처럼 보이지만, 넷플릭스 측의 공식 발표가 없는 상태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도 2부를 기대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 좋은 소식이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Q. DMZ 바이러스 설정이 스토리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나요?
A. 세계관의 배경으로는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 스토리 비중은 낮은 편입니다. 감염자들이 액션의 장애물로 등장하거나, 치료제를 둘러싼 갈등의 근거로 쓰이는 정도입니다. 아포칼립스적 설정이 충분히 활용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는 의견도 많은데, 저도 그 부분은 동의합니다.
카터는 한마디로, 스토리를 보러 가는 영화가 아니라 액션을 체험하러 가는 영화입니다. 개연성이나 세계관의 깊이를 기대했다가 실망하신 분들의 평가도 충분히 이해하고, 저도 아쉬운 부분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가 이런 규모의 비주얼 액션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는 의미 있는 실험이라고 봅니다. 넷플릭스에서 부담 없이 볼 수 있으니, 액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한 번 직접 판단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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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mPXO6dgK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