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예고편 봤을 때 "이게 뭐지?" 싶었습니다. 고려 시대 도사가 나오는가 싶더니 외계 로봇이 서울 도심을 달리고, 거기에 시간 이동까지 얹혀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영화관에서 보고 나왔을 때는 생각보다 훨씬 즐거웠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라는 건 분명하지만, 어떻게 마음을 세팅하고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됩니다. 짬뽕 세계관, 어디서부터 잡아야 하나 이 영화를 불편하게 느끼는 분들 대부분이 호소하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세계관이 너무 많은 장르를 한꺼번에 끌어안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게 걸렸습니다. SF, 판타지, 무협, 액션 블록버스터를 한 영화에 다 때려 넣었으니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그런데 조금 시선을 바꿔보면 이 세계관의 설계 자체는 꽤 ..
영화를 틀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밥상머리 수다 영화겠지' 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핸드폰을 내려다보게 됐습니다. 완벽한 타인은 스마트폰 하나를 매개로 오래된 친구들의 민낯을 벗겨내는 영화입니다. 가면을 쓰고 사는 게 이렇게 고단하고 또 이렇게 필요한 일이었나, 보는 내내 불편하고 또 공감됐습니다. 촬영 비하인드: 차가운 현장이 만든 따뜻한 공기 영화의 첫 장면은 얼음이 깨지는 장면입니다. 특수 소품팀이 직접 제작한 가짜 얼음과 수중 촬영 세트로 완성된 이 오프닝에 약 1,500만 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단 몇 초짜리 컷에 이 정도 비용이 투입됐다는 사실이 처음엔 의아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그 이유가 납득됐습니다. 감독은 처음부터 '깨지는 이미지'로 시작하고 싶었던 겁니다. 관계가 깨..
1298만 관객. 2012년 개봉 당시 한국 역대 흥행 2위를 갈아치운 숫자입니다. 저도 그 숫자 안에 들어있는 사람 중 하나인데, 처음 봤을 때는 단순히 재밌어서 봤다가 나중에 다시 보면서 이 감독이 얼마나 치밀하게 영화를 만드는지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타짜, 전우치, 도둑들. 최동훈 감독 필모를 줄 세우면 제 취향과 거의 100% 겹칩니다. 연출력: 대사와 행동 사이에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최동훈 감독의 연출 방식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리듬 편집(rhythm editing)입니다. 리듬 편집이란 대사와 동작, 컷의 교체 타이밍을 음악처럼 설계해 관객이 장면에서 긴장을 놓지 못하도록 조이는 편집 기법을 뜻합니다. 감독은 대사와 행동 사이에 어떤 간섭도 끼워 넣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배우들이 촬..
2013년 개봉한 영화 '신세계'는 잠입 경찰이 조직 내부에서 8년을 버티다 결국 범죄 조직의 수장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유학 시절 사춘기 한가운데서 처음 봤는데, 그때 받았던 충격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깡패 영화인데 왜 이렇게 멋있지, 싶었거든요. 골드문과 권력 공백기, 그 치밀한 구조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골드문은 재범파, 제1파, 북대문파 세 조직이 합쳐진 기업형 범죄 조직입니다. 단순한 깡패 집단이 아니라 건설, 유통, 사채, 엔터테인먼트까지 손을 뻗은 복합 범죄 기업에 가깝습니다. 경찰 쪽에서 이 조직을 그냥 두면 해외 마피아(mafia)처럼 손쓸 수 없는 수준이 된다고 판단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마피아란 원래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조직범죄 집단을 가리키는 말인데,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