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누군가의 잘못을 뒤집어쓴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작은 오해 하나로 한동안 마음이 시커멓게 탔던 적이 있는데, 그때 이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2013년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은 지적 장애를 가진 아버지 용구가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류승룡의 열연이 없었다면 이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깊이 박혔을까 싶습니다. 누명과 강압 수사, 용구에게 벌어진 일 딸 예승이에게 세일러문 가방을 사주려다 오해에 휘말린 용구의 상황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서 있었습니다.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가 경찰청장이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는데, 감정적으로 무너진 권력자가 수사 과정에 직접 개입하면서 이른바 강압 수사(coercive investigation..
1편을 보고 나서 2편은 큰 기대 없이 봤습니다. 1편이 워낙 강렬했던 터라 후속편은 조금 처지지 않을까 했는데, 이건 완전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차사들의 과거가 펼쳐지고, 억울하게 죽은 병사의 진실이 법정에서 드러나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사후세계를 다루는 영화지만, 결국 이승에서의 죄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차사도 원래 사람이었다는 것 저는 오랫동안 차사(差使)라는 존재를 그냥 저승에 원래부터 있던 직책으로 생각해왔습니다. 차사란 저승에서 망자를 데려오는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로, 우리 전통 신앙에서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잇는 중간자로 묘사됩니다. 설화나 드라마에서도 차사가 인간이었다는 배경을 설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2편은 그 고정관념을 완..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불쾌하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몰랐습니다. 막상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불쾌한 게 아니라, 불편한 거였습니다. 내 안에 있는 뭔가를 건드려서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그 느낌. 기생충은 그런 영화입니다. 계급과 빈부격차, 그리고 행복의 기준에 대해 이 영화만큼 날카롭게 찌른 작품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계급은 사라진 게 아니라 이름만 바뀐 것 '직업에 귀천은 없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그 말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 반대의 현실이 있다는 걸 증명한다고 봅니다. 군대처럼 공식적인 계급 구조는 사회에서 많이 사라졌지만, 사실 이름만 다르게 불릴 뿐 여전히 존재합니다.사회학에서는 이것을 ..
1,132만 명. 2009년 개봉한 영화 '해운대'가 기록한 관객 수입니다.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재난 영화가 그것도 한국을 배경으로 이 정도 흥행을 했다는 게 쉽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꺼내 봤는데, 결말을 알면서도 심장이 쪼여드는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아는 결말인데도 이렇게 긴장이 된다는 게, 이 영화가 단순한 스펙터클 이상의 무언가를 건드리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쓰나미, 남의 나라 얘기일까요 영화 속 지질학자 김 박사는 줄곧 경고합니다. 한국도 쓰나미(Tsunami)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쓰나미란 해저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해일을 뜻하는 일본어 기원의 국제 용어입니다. 그런데 극 중 재난 방재청은 그 말을 흘려듣습니다. 처음엔 그냥 ..
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사람, 아직도 기억하고 계십니까? 저는 그때의 설렘이 뭔지 몰랐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달랐습니다. 영화 너의 결혼식은 그 감정을 너무 정확하게 짚어냈습니다. 이별 직후에 봤는데도 설렘이 느껴졌다면, 그게 바로 이 영화가 잘 만들어진 이유 아닐까요. 너의 결혼식 줄거리, 어떤 영화인가 너의 결혼식은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닙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한 남자의 첫사랑이 어떻게 이어지고 또 어떻게 어긋나는지를 담담하게 따라갑니다. 주인공 우연은 원래 매일 싸움에 휘말리던 학생이었는데, 전주에서 강릉으로 전학 온 승희를 만나면서 완전히 달라집니다. 사랑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 이 영화를 보면 그냥 공허한 말이 아니라는 게 느껴집니다.승희는 첫 만남부터 범상치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