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개봉한 영화 '신세계'는 잠입 경찰이 조직 내부에서 8년을 버티다 결국 범죄 조직의 수장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유학 시절 사춘기 한가운데서 처음 봤는데, 그때 받았던 충격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깡패 영화인데 왜 이렇게 멋있지, 싶었거든요. 골드문과 권력 공백기, 그 치밀한 구조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골드문은 재범파, 제1파, 북대문파 세 조직이 합쳐진 기업형 범죄 조직입니다. 단순한 깡패 집단이 아니라 건설, 유통, 사채, 엔터테인먼트까지 손을 뻗은 복합 범죄 기업에 가깝습니다. 경찰 쪽에서 이 조직을 그냥 두면 해외 마피아(mafia)처럼 손쓸 수 없는 수준이 된다고 판단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마피아란 원래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조직범죄 집단을 가리키는 말인데, 지..
깡패 영화를 보면서 역사를 배울 수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범죄와의 전쟁은 단순한 느와르(noir)가 아닙니다. 느와르란 범죄, 배신, 도덕적 모호함을 중심에 두는 장르를 뜻하는데, 이 영화는 거기에 1980년대 한국의 실제 역사까지 정교하게 얹어놓습니다. 어렸을 때 처음 봤을 때는 담배 연기와 욕설 사이에서 뭐가 뭔지도 몰랐는데, 다시 보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건달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족보와 권력, 지금이라면 통할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주인공 익현이 자신의 집안과 족보를 무기처럼 휘두르는 장면을 볼 때마다 지금 시대 기준으로는 "그게 뭐 어쩌라고"라는 반응이 나올 법한 상황들이 연속으로 펼쳐집니다. 그런데 영화 속 1982년 부산에서는 그게 실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