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범죄 영화는 무섭고 불편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범죄도시 1편을 틀었다가 결국 4편까지 내리 달려버렸습니다. 웃고 긴장하고, 어떤 장면에서는 진짜로 소름이 돋았습니다. 1부를 마무리하는 지금, 편별로 흩어져 있던 이야기를 한 자리에 정리해봤습니다. 조선족, 가리봉동, 그리고 장첸이라는 이름 1편을 보기 전까지 저는 조선족(朝鮮族)이라는 개념 자체를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조선족이란 중국 국적을 가진 한민족 계열 소수민족을 뜻하며, 1990년대 이후 한국으로 유입된 이주 노동자 집단 중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영화는 이 배경을 서울 가리봉동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에 정착시키면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설정 하나가 영화 전체의 몰입도를 결정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영화를 틀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밥상머리 수다 영화겠지' 했는데, 보고 나서 한동안 핸드폰을 내려다보게 됐습니다. 완벽한 타인은 스마트폰 하나를 매개로 오래된 친구들의 민낯을 벗겨내는 영화입니다. 가면을 쓰고 사는 게 이렇게 고단하고 또 이렇게 필요한 일이었나, 보는 내내 불편하고 또 공감됐습니다. 촬영 비하인드: 차가운 현장이 만든 따뜻한 공기 영화의 첫 장면은 얼음이 깨지는 장면입니다. 특수 소품팀이 직접 제작한 가짜 얼음과 수중 촬영 세트로 완성된 이 오프닝에 약 1,500만 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단 몇 초짜리 컷에 이 정도 비용이 투입됐다는 사실이 처음엔 의아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그 이유가 납득됐습니다. 감독은 처음부터 '깨지는 이미지'로 시작하고 싶었던 겁니다. 관계가 깨..
1298만 관객. 2012년 개봉 당시 한국 역대 흥행 2위를 갈아치운 숫자입니다. 저도 그 숫자 안에 들어있는 사람 중 하나인데, 처음 봤을 때는 단순히 재밌어서 봤다가 나중에 다시 보면서 이 감독이 얼마나 치밀하게 영화를 만드는지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타짜, 전우치, 도둑들. 최동훈 감독 필모를 줄 세우면 제 취향과 거의 100% 겹칩니다. 연출력: 대사와 행동 사이에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최동훈 감독의 연출 방식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리듬 편집(rhythm editing)입니다. 리듬 편집이란 대사와 동작, 컷의 교체 타이밍을 음악처럼 설계해 관객이 장면에서 긴장을 놓지 못하도록 조이는 편집 기법을 뜻합니다. 감독은 대사와 행동 사이에 어떤 간섭도 끼워 넣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배우들이 촬..
한국 영화를 꽤 챙겨본다고 자부했는데, 박정민이라는 배우는 이 영화 전까지 제 레이더에 잘 안 잡혔습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을 보고 나서야 "이 배우 이름을 왜 지금 알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 이후 박정민 필모그래피를 역주행하게 됐습니다. 이 영화는 웃기고 뭉클한 동시에,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경험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드문 작품입니다. 배우 케미: 이병헌과 박정민이 만났을 때 일반적으로 투톱 구도의 영화는 두 배우 중 한 명이 상대적으로 묻히기 쉽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영화는 달랐습니다. 이병헌이 연기 내공으로 공간을 채우는 동안, 박정민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그 공간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두 배우가 서로를 잡아먹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교환하듯 에너지를 주고받는 장..
억울하게 누군가의 잘못을 뒤집어쓴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도 작은 오해 하나로 한동안 마음이 시커멓게 탔던 적이 있는데, 그때 이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2013년 개봉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7번방의 선물'은 지적 장애를 가진 아버지 용구가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류승룡의 열연이 없었다면 이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깊이 박혔을까 싶습니다. 누명과 강압 수사, 용구에게 벌어진 일 딸 예승이에게 세일러문 가방을 사주려다 오해에 휘말린 용구의 상황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서 있었습니다.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가 경찰청장이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는데, 감정적으로 무너진 권력자가 수사 과정에 직접 개입하면서 이른바 강압 수사(coercive investigation..
1편을 보고 나서 2편은 큰 기대 없이 봤습니다. 1편이 워낙 강렬했던 터라 후속편은 조금 처지지 않을까 했는데, 이건 완전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차사들의 과거가 펼쳐지고, 억울하게 죽은 병사의 진실이 법정에서 드러나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사후세계를 다루는 영화지만, 결국 이승에서의 죄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차사도 원래 사람이었다는 것 저는 오랫동안 차사(差使)라는 존재를 그냥 저승에 원래부터 있던 직책으로 생각해왔습니다. 차사란 저승에서 망자를 데려오는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로, 우리 전통 신앙에서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잇는 중간자로 묘사됩니다. 설화나 드라마에서도 차사가 인간이었다는 배경을 설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2편은 그 고정관념을 완..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불쾌하다"는 말이 왜 나오는지 몰랐습니다. 막상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불쾌한 게 아니라, 불편한 거였습니다. 내 안에 있는 뭔가를 건드려서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그 느낌. 기생충은 그런 영화입니다. 계급과 빈부격차, 그리고 행복의 기준에 대해 이 영화만큼 날카롭게 찌른 작품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계급은 사라진 게 아니라 이름만 바뀐 것 '직업에 귀천은 없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오히려 그 말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 반대의 현실이 있다는 걸 증명한다고 봅니다. 군대처럼 공식적인 계급 구조는 사회에서 많이 사라졌지만, 사실 이름만 다르게 불릴 뿐 여전히 존재합니다.사회학에서는 이것을 ..
1,132만 명. 2009년 개봉한 영화 '해운대'가 기록한 관객 수입니다.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재난 영화가 그것도 한국을 배경으로 이 정도 흥행을 했다는 게 쉽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꺼내 봤는데, 결말을 알면서도 심장이 쪼여드는 느낌은 여전했습니다. 아는 결말인데도 이렇게 긴장이 된다는 게, 이 영화가 단순한 스펙터클 이상의 무언가를 건드리고 있다는 증거 아닐까요. 쓰나미, 남의 나라 얘기일까요 영화 속 지질학자 김 박사는 줄곧 경고합니다. 한국도 쓰나미(Tsunami)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쓰나미란 해저 지진이나 화산 폭발 등으로 발생하는 대규모 해일을 뜻하는 일본어 기원의 국제 용어입니다. 그런데 극 중 재난 방재청은 그 말을 흘려듣습니다. 처음엔 그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