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을 보고 나서 2편은 큰 기대 없이 봤습니다. 1편이 워낙 강렬했던 터라 후속편은 조금 처지지 않을까 했는데, 이건 완전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차사들의 과거가 펼쳐지고, 억울하게 죽은 병사의 진실이 법정에서 드러나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사후세계를 다루는 영화지만, 결국 이승에서의 죄와 용서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차사도 원래 사람이었다는 것 저는 오랫동안 차사(差使)라는 존재를 그냥 저승에 원래부터 있던 직책으로 생각해왔습니다. 차사란 저승에서 망자를 데려오는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로, 우리 전통 신앙에서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잇는 중간자로 묘사됩니다. 설화나 드라마에서도 차사가 인간이었다는 배경을 설명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2편은 그 고정관념을 완..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단순한 판타지 액션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보고 나서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습니다. 가족과 삶, 죽음 이후의 세계를 이렇게 정면으로 건드리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었거든요. 신과 함께는 주인공 김자홍이 저승에서 49일간 일곱 개의 지옥을 거쳐 재판을 받는 이야기로, 보는 내내 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간접살인이라는 기준,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영화에서 김자홍이 처음 맞닥뜨리는 곳이 살인지옥입니다. 그는 생전에 누구를 직접 해친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승 재판에서는 간접 살인(間接殺人)의 혐의까지 묻습니다. 간접 살인이란 직접 손을 쓰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행동이나 판단이 타인의 죽음에 영향을 미친 경우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법적 용어로는 부작위(不..
히트맨 2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속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대를 반쯤 내려놓고 극장에 들어갔는데, 나오면서는 "이거 1편보다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히트맨 2는 전설적인 암살 요원에서 웹툰 작가로 변신한 준이 테러 사건에 휘말리며 다시 한번 요원의 면모를 보여주는 코믹 액션 영화입니다. 권상우, 황우슬혜, 정준호, 이이경, 김성오가 함께하는 이 작품, 1월 24일 개봉했습니다. 속편의 저주를 비웃는 웹툰 작가 준의 귀환 속편 징크스(Sequel Curse)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흥행한 1편의 뒤를 이어 나온 2편이 스토리 완성도나 신선함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을 뜻하는데, 솔직히 히트맨 2를 보기 전까지는 저도 이 징크스를 걱정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시리즈물은 처음의 긴장..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권상우 배우가 코미디에 이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액션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었는데, 막상 영화를 틀고 나서 30분도 안 돼서 소리 내 웃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별 기대 없이 편하게 보려고 골랐던 영화 히트맨,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선택은 꽤 잘한 편이었습니다. 권상우 액션, 코미디와 만나면 어떻게 될까 액션 영화를 고를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을 고르자니 보고 나서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그렇다고 너무 가벼운 걸 고르자니 아무것도 남는 게 없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이 두 가지를 어느 정도 균형 잡아주는 영화를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권상우 배우는 과거부터 액션 장르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낸..
깡패 영화를 보면서 역사를 배울 수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범죄와의 전쟁은 단순한 느와르(noir)가 아닙니다. 느와르란 범죄, 배신, 도덕적 모호함을 중심에 두는 장르를 뜻하는데, 이 영화는 거기에 1980년대 한국의 실제 역사까지 정교하게 얹어놓습니다. 어렸을 때 처음 봤을 때는 담배 연기와 욕설 사이에서 뭐가 뭔지도 몰랐는데, 다시 보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건달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족보와 권력, 지금이라면 통할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주인공 익현이 자신의 집안과 족보를 무기처럼 휘두르는 장면을 볼 때마다 지금 시대 기준으로는 "그게 뭐 어쩌라고"라는 반응이 나올 법한 상황들이 연속으로 펼쳐집니다. 그런데 영화 속 1982년 부산에서는 그게 실제로..
2009년에 개봉한 영화 '전우치'가 613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그것도 그해 '아바타'가 극장을 장악하던 시절에 말입니다. 저는 그때 중학생이었는데, 지금 다시 떠올려도 그 영화관의 열기가 생생합니다. 팝콘 냄새, 꽉 찬 좌석, 그리고 스크린을 가득 채운 도술 장면들. 판타지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제가 그 당시 본 영화 중 가장 재밌었다고 기억하는 작품입니다. 아바타와 맞붙은 한국형 판타지의 배경 2009년이 어떤 해였는지 기억하십니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바타'가 전 세계 극장을 휩쓸던 그 해, 국내에서는 전혀 다른 결의 판타지 영화가 조용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바로 최동훈 감독의 '전우치'입니다. 당시 '셜록 홈즈'까지 개봉한 쟁쟁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613만 관객을 동원했..
영화관에서 중간에 화장실을 한 번도 안 간 게 언제였는지 기억하시나요? 저는 박훈정 감독의 를 처음 봤을 때가 딱 그랬습니다. 느와르, 액션, 판타지가 한 영화 안에 다 들어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봤습니다. 지금도 마녀 시리즈는 저한테 특별한 의미를 가진 영화입니다. 자윤의 정체, 처음부터 숨겨진 복선들 영화 초반을 보면 솔직히 "이 영화가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목장 배경에 평범해 보이는 고등학생, 거기에 뜬금없이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그런데 뒤로 갈수록 그 모든 장면들이 왜 있어야 했는지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자윤이 겪는 두통과 뇌 관련 자료 수집 장면은 단순한 설정이 아닙니다. 여기서 나오는 개념..
역사에 관심 없는 사람도 이 영화 앞에서는 눈물을 참기 어렵습니다. 1,4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국제시장은 1950년대 흥남 철수부터 파독 광부, 베트남 파병, 이산가족 찾기까지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그려냅니다. 저는 이 영화를 필리핀에서 혼자 봤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화면 속 덕수와 제가 처한 상황이 묘하게 겹쳐 보였거든요. 흥남 철수, 화면 밖에서도 느껴지는 무게감 역사 시간에 이름만 들어봤던 흥남 철수 작전(興南撤收作戰)을 혹시 기억하시나요? 흥남 철수 작전이란 1950년 12월 한국전쟁 당시 함경남도 흥남 부두에서 약 10만 명의 피난민을 미군 함정에 태워 남하시킨 대규모 민간인 구출 작전입니다. 영화는 바로 이 장면으로 포문을 엽니다.어린 덕수가 아버지 손을..